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T, KT, LGU+의 5G(5세대) 28GHz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다.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제시한 망 구축 의무 과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각 사에게 5G 망을 위한 1만 5,000 장치 구축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구축한 장치는 10%대에 불과했다.
이동통신 3사는 5G 28GHz 탓에 과징금도 받았다. 이들은 5G를 광고하면서 4G에 비해 20배 빠르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4G에 비해 20배 빠른 28GHz 망은 구축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장광고라며 총 33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특히 속도로 과징금을 부여한 것은 처음이다.
이동통신 3사가 5G 28GHz 망 구축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소재 기술의 부재와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 탓이다.
크게보기5G 28GHz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그에 걸맞은 기술이 필요하다. 출처=엔바토엘리먼트
고주파 전송에 걸맞은 기술이 필요하다
5G는 3.5GHz와 28GHz 주파수를 사용한다. 2.6GHz 주파수를 사용하는 LTE(4G)보다 3.5GHz는 3~4배, 28GHz는 20배 빠르다. 속도만 보면 28GHz가 더 유리하다. 하지만 현재 이동통신사가 구축한 장비는 대부분 3.5GHz용이다.
5G 28GHz의 경우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장비가 필요하다. 이는 주파수의 특성 탓이다. 주파수는 낮을수록 장애물의 방해를 적게 받고 멀리 퍼진다. 단 데이터 전송량이 적다. 반면 높은 주파수를 이용하면 데이터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전송한다. 대신 주파수 길이가 짧아져 송수신 안정성이 떨어지고 외부 환경에 민감해진다. 그래서 고주파에 적합한 회로기판, 안테나 등 부품과 소재가 필요하다.
이들 장비의 핵심 부품 중 하나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이다. FPCB는 유연한 절연체인 연성동박적층필름(FCCL)에 구리를 붙인 회로기판을 말한다. 인쇄회로기판(PCB)보다 유연하고 내구성이 좋고 소형화, 경량화가 가능하다. 5G 28GHz용 FPCB를 만들기 위해서는 FCCL을 바꿔야 한다. FCCL에 사용한 절연체에 따라 신호 손실 정도와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크게보기5G 28GHz를 위한 장비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FPCB. 출처=프리픽
LTE 장비의 경우 FCCL 절연체로 폴리이미드(PI)를 사용한다. 6GHz 이하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보여준다. 하지만 6GHz 이상의 고주파를 전송하면 신호 손실과 속도 저하가 발생한다. 이에 대안으로 꼽히는 절연체가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이다. 고주파를 전송해도 손실이 적고 빠른 속도를 유지한다. 발열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다른 소재와의 접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회로 역할을 하는 구리를 증착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5G용 통신 장비는 PTFE와 PI를 혼합한 MPI(모디파이드 폴리이미드)를 이용하거나 접착제를 추가한다. 기존 PI 기반 FCCL보다 효율은 좋지만, PTFE에 비하면 신호 손실이 크고 전송 속도도 떨어진다.
PTFE·구리 직접 증착에 성공한 CIT
최근 국내 스타트업 CIT(Copper Innovation Technologies)가 PTFE와 구리의 직접 증착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5G 28GHz 등 고주파 통신에 적합한 PTFE 기반 FCCL을 만들 수 있다.
CIT는 정승 CEO와 정세영 CTO가 창업한 소재 기술 관련 스타트업이다. 정 CEO는 실리콘 웨이퍼, 구리 등 소재 관련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시작해 생산라인 구축까지 담당한 이력이 있다. 정 CTO는 부산대학교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에 개발한 PTFE와 구리 직접 증착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CIT를 창업했다.
크게보기PTFE와 구리를 증착하는 ASE 기술. 출처=CIT
CIT는 분자접합기술의 일종인 ASE(Atomic Sputtering Epitaxy) 기술을 이용해 PTFE와 구리를 접합했다. 단결정 구조로 만들어 표면이 균일하며, 열을 가해도 안정적이고 서로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PTFE 기반 FCCL을 제작한 결과, 28GHz 이상 고주파도 신호 손실 없이 빠르게 전송했다.
정 CEO는 “자체 테스트 결과 현재 상용화된 FCCL 중 가장 좋은 효율을 내는 일본 기업 제품보다 높은 결과를 얻었다”라며 “5G나 6G는 물론 이후에 나오는 기술까지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주파 통신 관련 원천기술을 국산화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라며 “해외 수출입 규제로 인한 피해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IT는 올해 안으로 50X50cm 크기 FCCL 양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두께는 10~15nm까지 구현할 수 있으나 후처리 공정을 고려해 300nm 수준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크게보기CIT 기술을 이용해 PTFE에 구리를 증착한 모습. 다양한 두께의 PTFE에 증착할 수 있다. 출처=CIT
5G 28GHz 이상 고주파 통신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덕분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 CEO는 “PTFE, 구리 증착 기술은 5G 28GHz를 비롯해 그 이상 고주파 기술 주도권 확보에 기여하는 원천기술”이라며 “국내 통신 산업 발전이 가속화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술력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T, KT, LGU+의 5G(5세대) 28GHz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다.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제시한 망 구축 의무 과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각 사에게 5G 망을 위한 1만 5,000 장치 구축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구축한 장치는 10%대에 불과했다.
이동통신 3사는 5G 28GHz 탓에 과징금도 받았다. 이들은 5G를 광고하면서 4G에 비해 20배 빠르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4G에 비해 20배 빠른 28GHz 망은 구축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장광고라며 총 33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특히 속도로 과징금을 부여한 것은 처음이다.
이동통신 3사가 5G 28GHz 망 구축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소재 기술의 부재와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 탓이다.
크게보기5G 28GHz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그에 걸맞은 기술이 필요하다. 출처=엔바토엘리먼트
고주파 전송에 걸맞은 기술이 필요하다
5G는 3.5GHz와 28GHz 주파수를 사용한다. 2.6GHz 주파수를 사용하는 LTE(4G)보다 3.5GHz는 3~4배, 28GHz는 20배 빠르다. 속도만 보면 28GHz가 더 유리하다. 하지만 현재 이동통신사가 구축한 장비는 대부분 3.5GHz용이다.
5G 28GHz의 경우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장비가 필요하다. 이는 주파수의 특성 탓이다. 주파수는 낮을수록 장애물의 방해를 적게 받고 멀리 퍼진다. 단 데이터 전송량이 적다. 반면 높은 주파수를 이용하면 데이터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전송한다. 대신 주파수 길이가 짧아져 송수신 안정성이 떨어지고 외부 환경에 민감해진다. 그래서 고주파에 적합한 회로기판, 안테나 등 부품과 소재가 필요하다.
이들 장비의 핵심 부품 중 하나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이다. FPCB는 유연한 절연체인 연성동박적층필름(FCCL)에 구리를 붙인 회로기판을 말한다. 인쇄회로기판(PCB)보다 유연하고 내구성이 좋고 소형화, 경량화가 가능하다. 5G 28GHz용 FPCB를 만들기 위해서는 FCCL을 바꿔야 한다. FCCL에 사용한 절연체에 따라 신호 손실 정도와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크게보기5G 28GHz를 위한 장비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FPCB. 출처=프리픽
LTE 장비의 경우 FCCL 절연체로 폴리이미드(PI)를 사용한다. 6GHz 이하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보여준다. 하지만 6GHz 이상의 고주파를 전송하면 신호 손실과 속도 저하가 발생한다. 이에 대안으로 꼽히는 절연체가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이다. 고주파를 전송해도 손실이 적고 빠른 속도를 유지한다. 발열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다른 소재와의 접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회로 역할을 하는 구리를 증착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5G용 통신 장비는 PTFE와 PI를 혼합한 MPI(모디파이드 폴리이미드)를 이용하거나 접착제를 추가한다. 기존 PI 기반 FCCL보다 효율은 좋지만, PTFE에 비하면 신호 손실이 크고 전송 속도도 떨어진다.
PTFE·구리 직접 증착에 성공한 CIT
최근 국내 스타트업 CIT(Copper Innovation Technologies)가 PTFE와 구리의 직접 증착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5G 28GHz 등 고주파 통신에 적합한 PTFE 기반 FCCL을 만들 수 있다.
CIT는 정승 CEO와 정세영 CTO가 창업한 소재 기술 관련 스타트업이다. 정 CEO는 실리콘 웨이퍼, 구리 등 소재 관련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시작해 생산라인 구축까지 담당한 이력이 있다. 정 CTO는 부산대학교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에 개발한 PTFE와 구리 직접 증착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CIT를 창업했다.
크게보기PTFE와 구리를 증착하는 ASE 기술. 출처=CIT
CIT는 분자접합기술의 일종인 ASE(Atomic Sputtering Epitaxy) 기술을 이용해 PTFE와 구리를 접합했다. 단결정 구조로 만들어 표면이 균일하며, 열을 가해도 안정적이고 서로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PTFE 기반 FCCL을 제작한 결과, 28GHz 이상 고주파도 신호 손실 없이 빠르게 전송했다.
정 CEO는 “자체 테스트 결과 현재 상용화된 FCCL 중 가장 좋은 효율을 내는 일본 기업 제품보다 높은 결과를 얻었다”라며 “5G나 6G는 물론 이후에 나오는 기술까지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주파 통신 관련 원천기술을 국산화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라며 “해외 수출입 규제로 인한 피해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IT는 올해 안으로 50X50cm 크기 FCCL 양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두께는 10~15nm까지 구현할 수 있으나 후처리 공정을 고려해 300nm 수준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크게보기CIT 기술을 이용해 PTFE에 구리를 증착한 모습. 다양한 두께의 PTFE에 증착할 수 있다. 출처=CIT
5G 28GHz 이상 고주파 통신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덕분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 CEO는 “PTFE, 구리 증착 기술은 5G 28GHz를 비롯해 그 이상 고주파 기술 주도권 확보에 기여하는 원천기술”이라며 “국내 통신 산업 발전이 가속화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술력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