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한만혁 기자] 고해상도 콘텐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방대한 데이터를 취급하는 서비스가 늘면서 데이터 생산과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전송하려면 고주파를 이용해야 한다. 고주파는 파장이 짧고 빠르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5세대(5G) 통신이 28GHz 고주파 대역을 이용하는 것이 이런 이유다.
하지만 고주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장비와 소재가 필요하다. 장애물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물을 예로 들어보자. 물이 관을 흐를 때 저속인 경우 돌출된 곳이나 관 두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고속으로 흐를 때는 관 두께나 장애물에 따라 속도가 줄어들게 된다. 고주파도 마찬가지다. 장애물이 있으면 제대로 속도가 나지 않거나 손실이 생긴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CIT(Copper Innovation Technologies)가 고주파의 신호 손실을 줄이면서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 기반 연성동박적층필름(FCCL)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CIT 정승 CEO와 정세영 CTO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차세대 소재 기반 FCCL을 소개하는 CIT 정승 CEO(좌)와 정세영 CTO. 출처=CIT
기술에 대한 확신으로 창업
IT동아: 안녕하세요, 정승 CEO님(이하 정 CEO), 정세영 CTO님(이하 정 CTO).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 CEO: 안녕하세요, CIT를 창업한 정승입니다. 저는 주로 소재 관련 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에 있었고 구리나 차세대 소재 관련 프로젝트도 여럿 진행했습니다. 연구원으로 시작해 생산라인 구축까지 직접 담당했었죠. 이후에는 경영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회사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도 쌓았습니다.
정 CTO: 안녕하세요, CIT CTO로 있는 정세영입니다. 저는 현재 부산대학교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연구 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3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20여 건의 국책연구 과제도 수행했습니다. 이번에 차세대 소재 기반 FCCL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면서 CIT에 합류했습니다.
정 CEO는 기술에 대한 확신으로 CIT를 창업했다. 출처=IT동아
IT동아: CIT를 창업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 CEO: 최근에 5G 이상 네트워크용 안테나를 개발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이를 위해서는 빠른 전송 속도를 유지하면서 손실이 적은 기술, 그러니까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에 구리를 직접 붙이는 소재 기술이 필요한데, 이것을 제대로 구현한 곳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정 CTO에게 요청했습니다. PTFE에 구리를 직접 증착해 달라고요. 정 CTO와 처음 만난 건 15년 전인데, 그때부터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말했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요청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저에게 PTFE에 구리를 직접 증착한 샘플을 보여주더라고요.
처음에는 정 CTO에게 창업을 권했습니다. 그런데 회사 경영보다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길 원하더라고요. 이후에 제가 건강 문제로 퇴사하게 됐는데, 이번에는 정 CTO가 제게 창업을 권했습니다. 관련 기술이나 회사 경영 업무에 대한 경험이 있으니 제격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거든요. 조만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 생각했고요.
산업계에는 ‘예술’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아무리 유명하고 뛰어난 기술이어도, 생산 단가나 시간 등 효율이 떨어져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기술을 이르는 말인데요. 저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단순히 예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생활에 활용되는 기술로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창업을 결정했습니다.
CIT가 개발한 PTFE 기반 FCCL. 출처=CIT
고주파 전송에 적합한 절연체, PTFE
IT동아: 말씀하시는 데 어려운 용어들이 섞여서 나오네요. FCCL, PTFE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 CEO: 지금 우리나라는 3G나 4G 통신망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장비가 5G 통신 등 고주파 신호 송수신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안테나 등의 장비를 바꿔야 하거든요.
이들 장비의 핵심 부품 중 하나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입니다. 유연한 절연체에 구리를 붙인 얇은 두께의 회로기판인데요. 가전제품이나 PC에서 많이 사용하는 인쇄회로기판(PCB)보다 유연하고 내구성이 좋습니다. 소형화나 경량화도 가능하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노트북 등 활용도가 많아서 소비량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FPCB를 만들기 위해서는 FCCL이 필요합니다. FCCL은 회로 역할을 하는 구리를 절연체에 붙인 필름인데요. 어떤 절연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발열, 신호 손실, 전송 속도 등이 달라집니다. 기존에는 FCCL의 절연체로 폴리이미드(PI)를 사용했어요. 6GHz 이하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3G나 4G 통신에는 충분한 소재입니다. 그런데 5G 이상의 고주파를 전송하면 손실이 많이 생깁니다.
이에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PTFE입니다. PTFE는 고주파를 전송해도 신호 손실이 적고 빠른 속도를 보장합니다. 그런데 PTFE는 가공이 까다로워요. 구리를 붙여야 하는데 잘 안 됩니다. 구리뿐 아니라 다른 소재도 잘 붙질 않아요. 차세대 소재로 꼽히지만, 실제 활용하지 않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그래서 요즘 많이 사용하는 소재는 MPI(모디파이드 폴리이미드)나 액정폴리머(LCP)입니다. PTFE보다 신호 손실이 크고 속도도 느리지만 PI보다는 나은 성능을 보이거든요.
PTFE에 구리를 직접 증착하다
IT동아: CIT는 절연체로 PTFE를 택했다고 하셨는데요. PTFE가 구리와 잘 안 붙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정 CTO: 보통 구리와 절연체를 접합하는 방법은 4가지가 있습니다. 구리와 절연체 사이에 접착제를 발라 접합하는 라미네이팅(Laminating), 절연체를 액체 상태로 만든 후 구리를 넣고 건조하는 캐스팅(Casting), 구리를 액체 상태로 만든 후 절연체를 넣는 코팅(Coating), 구리와 절연체를 직접 붙이는 직접 증착입니다.
절연체로 PTFE를 이용할 경우 라미네이팅 방식은 접착제 때문에 단면이 고르지 못합니다. 고주파 전송 시 신호 손실이 발생하고 수신율이 떨어지죠. 캐스팅 방식의 경우 PI는 가능하지만, PTFE는 성질이 달라 적용할 수 없습니다. 코팅 방식은 구리가 제대로 붙지 않고 들뜨기도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적합한 것은 직접 증착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가공이 어렵다는 PTFE의 성질 탓에 구현이 쉽지 않죠.
현재 PTFE에 접착제를 쓰거나 PTFE와 PI의 혼합물에 구리를 직접 증착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기존 PI 기반 FCCL보다 효율은 좋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있습니다.
사파이어에 직접 증착한 단결정 구리. 균일하게 접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CIT
저희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PTFE와 구리를 직접 증착하는 방식에 성공했습니다. 비결은 ASE(Atomic Sputtering Epitaxy) 기술입니다. 일종의 분자접합기술이에요. 이를 이용해 PTFE와 구리를 균일하게 접합했습니다. 두께는 5~10nm 수준이고요. 열을 가해도 안정적이고 PTFE와 구리가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물론 성능과 효율도 확인했습니다.
정 CEO: 현재 상용화된 FCCL 중 가장 좋은 효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일본 기업 제품인데요. 구리와 LCP를 직접 증착했습니다. 저희가 시제품을 이용해 테스트해 보니 그 제품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대안이 되기에 충분한 성능이었습니다. 5G나 6G 통신은 물론 이후에 나오는 기술까지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것을 국내 기술로 실현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IT동아: 현재 개발 단계는 어떻게 되나요?
정 CTO: 현재 12X12cm 크기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실제 성능을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양산 단계 직전입니다. 양산을 위해서는 50X50cm 크기의 기판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필요한데, 올해 안에 구축할 예정입니다.
CIT 기술력을 설명하는 정 CEO(좌)와 정 CTO. 출처=CIT
원천기술 국산화에 기여하길 기대
IT동아: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 CEO: 고주파 통신은 활용도가 더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자율주행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5G 사설망(이음5G) 구축도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이음5G는 사업자가 특정 구역을 대상으로 5G 주파수를 활용하는 통신망인데요. 주로 스마트팩토리, 사옥, 물류, 공공의료 등에 사용합니다. 이곳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해야 하므로 고주파 통신이 필수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PTFE 기반 FCCL이 이들 분야를 비롯해 우리 일상에서 진정한 5G 속도를 체감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고주파 통신 분야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술력이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개인적으로 이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원천기술 보유 현황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딥테크 분야 원천기술 보유 수가 의외로 적거든요. 그래서 해외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죠. 저희가 개발한 PTFE 기반 FCCL이 해외에 의존하던 다양한 기술을 국산화하는데 기여하길 희망합니다. 물론 저희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고해상도 콘텐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방대한 데이터를 취급하는 서비스가 늘면서 데이터 생산과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전송하려면 고주파를 이용해야 한다. 고주파는 파장이 짧고 빠르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5세대(5G) 통신이 28GHz 고주파 대역을 이용하는 것이 이런 이유다.
하지만 고주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장비와 소재가 필요하다. 장애물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물을 예로 들어보자. 물이 관을 흐를 때 저속인 경우 돌출된 곳이나 관 두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고속으로 흐를 때는 관 두께나 장애물에 따라 속도가 줄어들게 된다. 고주파도 마찬가지다. 장애물이 있으면 제대로 속도가 나지 않거나 손실이 생긴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CIT(Copper Innovation Technologies)가 고주파의 신호 손실을 줄이면서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 기반 연성동박적층필름(FCCL)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CIT 정승 CEO와 정세영 CTO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차세대 소재 기반 FCCL을 소개하는 CIT 정승 CEO(좌)와 정세영 CTO. 출처=CIT
기술에 대한 확신으로 창업
IT동아: 안녕하세요, 정승 CEO님(이하 정 CEO), 정세영 CTO님(이하 정 CTO).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 CEO: 안녕하세요, CIT를 창업한 정승입니다. 저는 주로 소재 관련 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에 있었고 구리나 차세대 소재 관련 프로젝트도 여럿 진행했습니다. 연구원으로 시작해 생산라인 구축까지 직접 담당했었죠. 이후에는 경영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회사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도 쌓았습니다.
정 CTO: 안녕하세요, CIT CTO로 있는 정세영입니다. 저는 현재 부산대학교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연구 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3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20여 건의 국책연구 과제도 수행했습니다. 이번에 차세대 소재 기반 FCCL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면서 CIT에 합류했습니다.
정 CEO는 기술에 대한 확신으로 CIT를 창업했다. 출처=IT동아
IT동아: CIT를 창업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 CEO: 최근에 5G 이상 네트워크용 안테나를 개발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이를 위해서는 빠른 전송 속도를 유지하면서 손실이 적은 기술, 그러니까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에 구리를 직접 붙이는 소재 기술이 필요한데, 이것을 제대로 구현한 곳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정 CTO에게 요청했습니다. PTFE에 구리를 직접 증착해 달라고요. 정 CTO와 처음 만난 건 15년 전인데, 그때부터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말했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요청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저에게 PTFE에 구리를 직접 증착한 샘플을 보여주더라고요.
처음에는 정 CTO에게 창업을 권했습니다. 그런데 회사 경영보다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길 원하더라고요. 이후에 제가 건강 문제로 퇴사하게 됐는데, 이번에는 정 CTO가 제게 창업을 권했습니다. 관련 기술이나 회사 경영 업무에 대한 경험이 있으니 제격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거든요. 조만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 생각했고요.
산업계에는 ‘예술’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아무리 유명하고 뛰어난 기술이어도, 생산 단가나 시간 등 효율이 떨어져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기술을 이르는 말인데요. 저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단순히 예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생활에 활용되는 기술로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창업을 결정했습니다.
CIT가 개발한 PTFE 기반 FCCL. 출처=CIT
고주파 전송에 적합한 절연체, PTFE
IT동아: 말씀하시는 데 어려운 용어들이 섞여서 나오네요. FCCL, PTFE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 CEO: 지금 우리나라는 3G나 4G 통신망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장비가 5G 통신 등 고주파 신호 송수신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안테나 등의 장비를 바꿔야 하거든요.
이들 장비의 핵심 부품 중 하나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입니다. 유연한 절연체에 구리를 붙인 얇은 두께의 회로기판인데요. 가전제품이나 PC에서 많이 사용하는 인쇄회로기판(PCB)보다 유연하고 내구성이 좋습니다. 소형화나 경량화도 가능하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노트북 등 활용도가 많아서 소비량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FPCB를 만들기 위해서는 FCCL이 필요합니다. FCCL은 회로 역할을 하는 구리를 절연체에 붙인 필름인데요. 어떤 절연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발열, 신호 손실, 전송 속도 등이 달라집니다. 기존에는 FCCL의 절연체로 폴리이미드(PI)를 사용했어요. 6GHz 이하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3G나 4G 통신에는 충분한 소재입니다. 그런데 5G 이상의 고주파를 전송하면 손실이 많이 생깁니다.
이에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PTFE입니다. PTFE는 고주파를 전송해도 신호 손실이 적고 빠른 속도를 보장합니다. 그런데 PTFE는 가공이 까다로워요. 구리를 붙여야 하는데 잘 안 됩니다. 구리뿐 아니라 다른 소재도 잘 붙질 않아요. 차세대 소재로 꼽히지만, 실제 활용하지 않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그래서 요즘 많이 사용하는 소재는 MPI(모디파이드 폴리이미드)나 액정폴리머(LCP)입니다. PTFE보다 신호 손실이 크고 속도도 느리지만 PI보다는 나은 성능을 보이거든요.
PTFE에 구리를 직접 증착하다
IT동아: CIT는 절연체로 PTFE를 택했다고 하셨는데요. PTFE가 구리와 잘 안 붙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정 CTO: 보통 구리와 절연체를 접합하는 방법은 4가지가 있습니다. 구리와 절연체 사이에 접착제를 발라 접합하는 라미네이팅(Laminating), 절연체를 액체 상태로 만든 후 구리를 넣고 건조하는 캐스팅(Casting), 구리를 액체 상태로 만든 후 절연체를 넣는 코팅(Coating), 구리와 절연체를 직접 붙이는 직접 증착입니다.
절연체로 PTFE를 이용할 경우 라미네이팅 방식은 접착제 때문에 단면이 고르지 못합니다. 고주파 전송 시 신호 손실이 발생하고 수신율이 떨어지죠. 캐스팅 방식의 경우 PI는 가능하지만, PTFE는 성질이 달라 적용할 수 없습니다. 코팅 방식은 구리가 제대로 붙지 않고 들뜨기도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적합한 것은 직접 증착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가공이 어렵다는 PTFE의 성질 탓에 구현이 쉽지 않죠.
현재 PTFE에 접착제를 쓰거나 PTFE와 PI의 혼합물에 구리를 직접 증착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기존 PI 기반 FCCL보다 효율은 좋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있습니다.
사파이어에 직접 증착한 단결정 구리. 균일하게 접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CIT
저희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PTFE와 구리를 직접 증착하는 방식에 성공했습니다. 비결은 ASE(Atomic Sputtering Epitaxy) 기술입니다. 일종의 분자접합기술이에요. 이를 이용해 PTFE와 구리를 균일하게 접합했습니다. 두께는 5~10nm 수준이고요. 열을 가해도 안정적이고 PTFE와 구리가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물론 성능과 효율도 확인했습니다.
정 CEO: 현재 상용화된 FCCL 중 가장 좋은 효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일본 기업 제품인데요. 구리와 LCP를 직접 증착했습니다. 저희가 시제품을 이용해 테스트해 보니 그 제품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대안이 되기에 충분한 성능이었습니다. 5G나 6G 통신은 물론 이후에 나오는 기술까지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것을 국내 기술로 실현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IT동아: 현재 개발 단계는 어떻게 되나요?
정 CTO: 현재 12X12cm 크기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실제 성능을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양산 단계 직전입니다. 양산을 위해서는 50X50cm 크기의 기판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필요한데, 올해 안에 구축할 예정입니다.
CIT 기술력을 설명하는 정 CEO(좌)와 정 CTO. 출처=CIT
원천기술 국산화에 기여하길 기대
IT동아: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 CEO: 고주파 통신은 활용도가 더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자율주행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5G 사설망(이음5G) 구축도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이음5G는 사업자가 특정 구역을 대상으로 5G 주파수를 활용하는 통신망인데요. 주로 스마트팩토리, 사옥, 물류, 공공의료 등에 사용합니다. 이곳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해야 하므로 고주파 통신이 필수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PTFE 기반 FCCL이 이들 분야를 비롯해 우리 일상에서 진정한 5G 속도를 체감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고주파 통신 분야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술력이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개인적으로 이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원천기술 보유 현황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딥테크 분야 원천기술 보유 수가 의외로 적거든요. 그래서 해외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죠. 저희가 개발한 PTFE 기반 FCCL이 해외에 의존하던 다양한 기술을 국산화하는데 기여하길 희망합니다. 물론 저희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